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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ditorial · AX 거버넌스

작동하는 거버넌스,
바닥에서 올라오는 AX

막는 정책에서 작동하는 거버넌스로. 폐쇄망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여덟 가지 증거와 함께.

신성진  ·  한국데이터사이언티스트협회 2026. 4. 14

한국의 공공 AX 논의에서 오랫동안 놓쳐 온 질문이 있다. 거시적 AX의 큰 물결 — 소버린 AI, K-AI 파운데이션 모델, GPU 확보, 인공지능위원회 — 그 흐름 속에서 정작 소외되고 있는 작은 현장의 문제들을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. 이 글의 메시지는 하나로 모아진다.

AX는 위에서 내려오는 선언이 아니라, 바닥에서 올라오는 실천이어야 한다. — 단 하나의 메시지

01  /  두 축AX 대전환의 거시와 미시

AX 대전환에는 두 개의 축이 있다. 하나는 거시적 축이다. 소버린 AI, K-AI 파운데이션 모델, GPU 확보, 인공지능위원회 — 국가 차원의 전략적 흐름이다.

또 하나는 미시적 축이다. 직원 한 사람, 실무자 한 사람이 AX를 통해 자신의 일과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문제다. 이 글이 집중하는 쪽은 두 번째 축 — 바닥에서 올라오는 AX다. 거시적 축만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골목길의 문제가 이 나라에 너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.

02  /  소버린모델이 아니라 '꽂히는 자리'다

거시적 축을 짧게 짚고 가자. '소버린 AI'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. 그런데 소버린 AI는 GPU를 사 모으고 파운데이션 모델을 하나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.

진짜 소버린 AI는 우리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가지고 있는 자산 — 조선·제조·방산·식량 보안·공공 행정 데이터 — 이 자산들과 AI가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. 모델 자체가 아니라, 그 모델이 어디에 꽂히느냐가 소버린 AI의 본질이다. 그리고 그 '어디'의 가장 밑바닥은 결국 현장 실무자의 책상이다.

03  /  VIBE이제는 스스로 만드는 시대다

그러면 미시적 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. 불과 1~2년 전만 해도 실무자 AI 교육의 초점은 "ChatGPT를 얼마나 잘 쓰는가"였다. 보고서 초안을 뽑고, 문장을 다듬고,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수준이었다.

지금은 완전히 다른 시대가 열렸다. 그 이름이 VIBE 코딩이다. OpenAI 공동 창립자이자 Y Combinator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안드레이 카파시가 붙인 이름이다.

내가 겪는 문제를 안다. 풀렸을 때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. '어떻게' 푸는지는 — AI와 함께 찾는다.

이 말의 무게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. 이제는 현장 실무자 한 사람이 자기가 필요한 소프트웨어를, 자기가 필요한 업무 자동화 도구를, 스스로 만들어 쓸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. 에이전트가 뭔지·하네스가 뭔지에 대한 기본 어휘는 이 블로그의 앞선 글에서 정리해 두었으니 필요하면 참고하기 바란다.

04  /  증거폐쇄망에서도 돌아가는 여덟 가지

"보안이 중요한 환경에서는 이 모든 것이 꿈 같은 이야기 아닌가"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. 답은 "아니다"이다. 폐쇄망·행정망에서 오늘 당장 돌아가는 여덟 가지 방법을 정리해 본다. 모두 현장에서 검증된 것들이다.

01
Browser · Single File

HTML·CSS·자바스크립트 단일 파일 도구

브라우저만 있으면 동작한다. 자바스크립트 라이브러리는 파일 안에 그대로 심어 넣는다. 행정망에서도, 폐쇄망에서도, 더블클릭 한 번으로 돌아간다. 민원 CSV를 올리면 대시보드가 그려지고, 통계가 계산된다. CDN도 설치도 필요 없다.

02
Python · Offline Packaging

파이썬 오프라인 패키징

파이썬은 기본 기능만으로도 엑셀·파워포인트·PDF·파일 시스템을 제어한다. 외부망에서 ChatGPT에게 코드를 받고, 내부망에서 실행한다. 라이브러리가 필요하면 pip install --target 한 줄로 폴더째 받아, 그 폴더째 폐쇄망으로 옮기면 끝이다. 보고서 자동 생성, PDF 텍스트 추출, 개인정보 일괄 마스킹 — 한 사람이 한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다.

03
Desktop · Standalone Binary

파이썬 데스크탑 앱 (EXE)

PyInstallerElectron으로 단일 실행 파일로 묶어낸다. 설치만 하면 독립적으로 동작한다. EXE에 대한 보안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. 다만 한국 보안 당국의 실력이 이런 실행 파일 하나를 검증해 내지 못할 수준은 결코 아니다. Claude Code가 주어진다면, 한 자리에서 개인정보 마스킹·파일 통합·민원 분류 도구를 한 시간 안에 열 개 만들 수 있다.

04
Node.js · node_modules

Node.js 오프라인 패키징

자바스크립트를 브라우저 밖으로 꺼내는 기술이다. node_modules 폴더째 들고 들어가면, 내부망에서도 수천 개의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를 그대로 쓸 수 있다. 파일 정리, 로그 파싱, 대량 변환 — 더 복잡한 자동화가 가능해진다.

05
Local LLM · Ollama

Ollama — 로컬 소형 언어모델

1B·2B 크기의 모델이면 CPU만으로도 돌아간다. 민원 한 건을 유형별로 분류하고, 자연어 요약을 만들고, 짧은 질의응답을 수행한다. 전부 로컬에서, 외부 통신 한 번 없이. 폐쇄망 안의 공공 AI 어시스턴트가 이렇게 완성된다.

06
Legacy × LLM · Excel VBA

레거시와의 결합 — 엑셀 속의 AI

허깅페이스에서 검증된 오픈소스 모델을 받아, 엑셀 VBA에서 AI 함수를 직접 호출한다. 셀 하나에 =AI("이 민원을 3줄 요약")이면 된다. "GPT for Sheets"의 공공 버전을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다. 학습된 가중치 파일은 보안 당국이 충분히 정적 검증할 수 있다.

07
Agentic · Harness

에이전틱 AI와 '하네스'

Claude Code·Codex·Antigravity·OpenCode — 내 컴퓨터 안에 AI 에이전트가 들어와 파일을 읽고, 수정하고, 작업을 함께한다. 모델 성능도 중요하지만, 진짜 핵심은 그 모델을 둘러싼 하네스 — 기억과 규칙, 반복 루틴, 검색 일관성이다. 이 구조만 잘 만들면, 보안 당국이 검증한 공공 기반 모델을 꽂는 순간 '공공형 AI 에이전트'가 완성된다. (하네스의 실체가 궁금하다면 이 블로그의 하네스 글에서 파일과 폴더 단위로 풀어 두었다.)

08
Ecosystem · Public Repository

오픈소스 생태계 — '공공 부품창고'라는 제안

깃허브에는 매일 새로운 라이브러리·MCP 서버·스킬·API가 쏟아진다. 민간의 1인 프리랜서와 작은 기업들이 이 생태계를 키운다. 공공에서도 검증된 오픈소스만 모아 놓는 '공공 소스 저장소'를 만들면, 로컬 에이전트는 그 저장소에서 자유롭게 라이브러리를 가져와 HTML·파이썬·Node.js 도구를 순식간에 찍어낼 수 있다. 공공 앱스토어가 아닌, 공공 부품창고다.

05  /  골목길큰 예산이 결코 돌보지 않는 것들

여기까지의 여덟 가지는, 거대한 시스템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작은 골목길의 문제들을 푸는 방법이다. 내가 지금 목마르고, 내가 지금 배고프고, 내가 지금 손을 쓰고 싶은 그 작은 문제 — 큰 예산 사업·큰 벤더·큰 컨설팅이 결코 돌봐 주지 않는 바로 그 문제들이다.

거시적 AX와 미시적 AX가 만나는 순간, 그때 비로소 AX의 'X' — Transformation을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된다. 모델의 크기가 아니라 닿는 깊이가 진짜 혁신의 지표다.

거시적 AX × 미시적 AX = 진짜 주권. — Macro × Micro = Real Sovereignty

06  /  거버넌스다섯 층위 — 3·4·5층이 비어 있다

마지막으로 거버넌스 이야기다. '혁신과 규제'라는 시소가 있다. 지금 우리의 시소는 너무 규제 쪽으로 기울어져 있지 않은가 — 감히 던지고 싶은 질문이다.

많은 공무원들이 AI 교육을 받을 때,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질문이 있다고 한다. "내가 이걸 배운들, 우리 기관에서 과연 쓸 수 있을까?" 이 막막함, 이 병목 — 역량 강화가 실무로 이어지지 못하게 만드는 이 벽. 이것을 걷어내는 것이 거버넌스의 실체다.

Five Layers of Governance
1층 — 법·제도
AI 기본법, 개인정보보호, 정보보안 — 국가 차원의 법적 기반.
있다
2층 — 원칙·윤리
공공 AI 윤리 원칙, 신뢰 가능한 AI 가이드라인.
있다
3층 — 정책·절차
기관 내부에서 어떤 AI 도구를 어떻게 도입·사용·검증할지에 대한 구체적 절차.
비어 있다
4층 — 기술적 통제
폐쇄망 환경에서의 모델 검증, 샌드박스, 로그, 권한 관리.
비어 있다
5층 — 조직문화·역량
실무자가 실제로 AI를 만들어 쓸 수 있는 역량과, 그것을 허용·장려하는 문화.
비어 있다

1층과 2층 — 법·제도와 원칙·윤리 — 은 한국 공공기관에 '있다.' 3·4·5층 — 정책·절차, 기술적 통제, 조직문화·역량 — 이 '비어 있다.' 그래서 거버넌스가 문서 속에만 머문다. 3·4·5층을 채우는 일, 그것이 이 글의 제언이다.


07  /  맺음막는 정책에서 작동하는 거버넌스로

공공을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, 이 여덟 가지 증거는 여덟 가지 현장이 되고, 여덟 가지 현장은 수백 개의 일상이 된다. 아주 먼 이야기가 아니다. 이 글에 담긴 여덟 가지는 지금 당장, 오늘 오후에라도, 한 실무자의 책상에서 시작될 수 있는 것들이다.

거버넌스는 이 시작을 가로막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. 막는 정책이 아니라 작동하는 거버넌스. 위에서 내려오는 선언이 아니라 바닥에서 올라오는 실천. 이 두 방향이 만나는 어딘가에서, 우리는 비로소 한국형 AX의 첫 모양을 잡을 수 있다.

모델의 크기가 아니라 닿는 깊이가 혁신의 진짜 지표다. 그리고 그 깊이는 늘 작은 책상에서부터 시작한다.

이 글은 2026년 4월 14일 공공 정책·보안 실무자·위원 대상으로 발표한 키노트의 내용을 블로그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. 함께 고민할 분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.